
곰팡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대부분 좋지 않은 이미지를 먼저 떠올린다. 냉장고 안에서 오래된 음식에 생긴 푸른색 곰팡이, 벽지에 번진 검은 얼룩, 눅눅한 욕실에서 보이는 곰팡이까지 생각하면 '곰팡이는 제거해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럽다.
그런데 발효에 대해 공부하다 보니 조금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된다. 우리가 무조건 피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곰팡이 가운데에는 오랫동안 사람이 식품을 만드는 데 이용해 온 종류도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누룩이나 코지에 활용되는 곰팡이다. 일부 곰팡이는 효소를 만들어 곡물 속 전분과 단백질을 분해하고, 그 결과를 이용해 술이나 장류 같은 발효식품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그렇다면 곰팡이는 위험한 것일까, 아니면 유용한 것일까?
내가 이번에 이 주제를 찾아보면서 느낀 것은 곰팡이를 '좋다' 또는 '나쁘다'로 한꺼번에 판단하는 것 자체가 맞지 않다는 점이다.
1. 곰팡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생물은 아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곰팡이'라고 부르는 것은 하나의 특정한 생물을 의미하지 않는다. 곰팡이는 매우 다양한 종류의 균류를 넓게 부르는 표현이다.
따라서 겉모습이 비슷하다고 해서 모두 같은 성질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곰팡이는 식품을 분해하면서 불쾌한 냄새와 변질을 일으킬 수 있고, 어떤 곰팡이는 사람이 원하는 효소를 만들어 식품 발효에 이용된다.
대표적으로 Aspergillus oryzae는 코지 제조에 이용되는 대표적인 곰팡이 중 하나다. 이 곰팡이는 곡물에서 자라면서 아밀라아제, 프로테아제 등 다양한 효소를 만들어낸다.
아밀라아제는 전분 분해에 관여하고, 프로테아제는 단백질 분해에 관여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효소 덕분에 곡물의 성분이 더 작은 물질로 변화하고, 이후 발효 과정이 진행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보면 곰팡이는 단순히 음식을 망가뜨리는 존재만은 아니다.
나는 오히려 곰팡이라는 단어를 하나의 이미지로 판단하는 것이 우리가 미생물을 이해하기 어렵게 만드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도 모두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곰팡이도 종류와 환경에 따라 역할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2. 발효에 사용하는 곰팡이와 음식에 생긴 곰팡이는 다르게 봐야 한다
그렇다면 식품에 곰팡이가 생겼을 때 '이것도 발효가 된 것 아닐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상당히 주의해야 하는 부분이다.
식품 발효에 사용되는 곰팡이는 특정한 종류와 균주를 목적에 맞게 활용하고, 정해진 제조 환경과 위생 조건에서 관리한다. 반면 집에서 보관하던 음식에 어떤 곰팡이가 자랐는지는 겉모습만 보고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
특히 곰팡이가 만들어내는 물질 중에는 식품에 바람직하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것도 있다. 일부 곰팡이는 곰팡이독소, 즉 마이코톡신(mycotoxin)을 생성할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색깔이나 냄새만 보고 안전하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이 점에서 '발효에 좋은 곰팡이가 있으니 음식에 생긴 곰팡이도 괜찮겠지'라는 생각은 위험할 수 있다.
발효식품은 처음부터 어떤 미생물을 사용할지 정하고 그 미생물이 잘 활동할 수 있도록 환경을 관리한다. 반면 보관 중 생긴 곰팡이는 어떤 종류인지, 어떤 물질을 만들었는지 알기 어렵다.
그래서 나는 “곰팡이는 무조건 위험하다”도 틀릴 수 있지만, “곰팡이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괜찮다” 역시 위험한 생각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가정에서 곰팡이가 생긴 식품은 냄새를 맡아보거나 곰팡이가 생긴 부분만 긁어내고 먹는 방식으로 안전성을 확인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곰팡이가 눈에 보이는 부분만 존재한다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3. 곰팡이를 바라보는 기준은 '종류와 환경'이어야 한다
곰팡이에 대해 공부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결국 곰팡이 자체보다 어떤 종류이고 어떤 환경에 존재하는지가 중요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코지 제조에서는 특정 곰팡이를 곡물에 접종하고 온도와 수분 등을 관리한다. 곰팡이가 원하는 방식으로 성장하면서 효소를 만들어내도록 환경을 조절하는 것이다.
반면 음식물을 제대로 보관하지 못하면 원하지 않는 미생물이 증식할 수 있다. 습도가 높거나 온도가 적절하지 않고 시간이 오래 지나면 곰팡이가 성장하기 좋은 조건이 만들어질 수 있다.
결국 같은 '곰팡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만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나는 이것이 발효와 부패를 구분할 때와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미생물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좋은지 나쁜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미생물이 어떤 환경에서 어떤 물질을 만들고 있는지를 봐야 한다.
이런 관점으로 보면 미생물은 꽤 흥미로운 존재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지만 사람이 먹는 음식의 맛과 향, 질감까지 바꿀 수 있다.
특히 곰팡이는 식품 속 복잡한 성분을 분해하는 효소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식품 발효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동시에 일부 곰팡이는 식품을 변질시키거나 독소를 생성할 수도 있다.
그래서 곰팡이를 무조건 두려워하거나 무조건 유익하다고 생각하는 것보다는 상황을 구분해서 바라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마무리|곰팡이는 위험한 존재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곰팡이가 모두 위험한 것은 아니다.
일부 곰팡이는 식품 발효에 유용하게 활용되며, 누룩과 코지처럼 사람이 오랫동안 식생활에 이용해 온 사례도 있다. 이들은 효소를 만들어 곡물 속 전분과 단백질을 분해하고 발효 과정에 필요한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집에서 음식에 생긴 곰팡이를 안전한 곰팡이라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식품에 자란 곰팡이는 종류를 눈으로 정확하게 구별하기 어렵고, 일부 곰팡이는 곰팡이독소를 생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주제를 정리하면서 나는 곰팡이에 대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예전에는 곰팡이 = 버려야 하는 것이라는 공식처럼 생각했다면, 지금은 '어떤 곰팡이인가?'라는 질문부터 떠올리게 된다.
결국 자연에는 좋은 미생물과 나쁜 미생물이 단순하게 나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생물이 특정 환경에서 어떤 역할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다만 식품 안전이라는 관점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곰팡이가 생긴 음식은 굳이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 특히 곰팡이가 발생한 식품을 냄새나 색만으로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나는 발효를 공부할수록 음식이 단순히 재료와 조리법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까지 포함해야 비로소 음식의 전체 이야기가 완성되는 것 같다.
그래서 곰팡이를 바라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두려워하거나 무조건 믿는 것이 아니라 알고 구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먹는 발효식품 속 유익한 곰팡이와 냉장고에서 발견한 정체불명의 곰팡이는 같은 '곰팡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어도 전혀 다른 이야기일 수 있기 때문이다.